●● 산행계획, 예정지 ●●/** 산행계획및 예정지

1835_강씨봉, 그 가을을 걷다

疾 風 勁 草 2019. 8. 10. 16:05

 


 
시간 : 2018년 10월 13일 (토) 09:00 ~ 17:00
코스 : 강씨봉휴양림 - 도성고개 - 강씨봉 - 오뚜기령 - 논남기계곡 - 강씨봉휴양림

 
몸이 무겁지만 어떻게든 산요일은 지키고 싶다.
주말근무를 결정하고 작업지시를 한 뒤 나는 산으로.
대신 일요일에 나와 지난 주 개발분에 대한 테스트를 수행하며 점검목록을 지워나가기로.
 
금요일 늦게 집에 오니 산행준비도 일이 된다.
대충 꺼내어 놓고, 아침에 채비를 마친 후 집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피곤한데 집에서 쉬잖고...’ 아내의 투덜거림이다.
투덜거림 보다는 걱정일 게다.
평소보다 몸이 무겁다.
 
그리곤, 약속된 장소에서 친구들을 만나 산으로 간다.
하늘이 무겁다.
가평은 아직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먼 하늘은 맑다.
이 정도면 아침햇살이 퍼질 무렵이면 많이 갤 것으로 기대하고
눈에 익숙한 도로를 달려 강씨봉휴양림으로 들어선다.
가을날, 고운 단풍 늘어져 있는 물가를 생각하다 당첨된 곳.
제발 그 모습이 있기를 기대하며 차에서 내려 상큼한 대기를 맛본다.
 
여기저기 푸르름 일색의 산들이 알록달록 색을 바꾸고 있다.
배낭을 정비하고 산으로 든다.
시작부터 동무들의 탄성이 시작된다.
가을은 생각보다 빨리 내려와 있었다.
 
도성고개로 가는 길이 나오는 삼거리,
동무들은 모두 편한 길이자, 걸어보지 못한 길로 들어선다.
아침 햇살 좋을 때 계곡을 먼저 가고 맘깟 즐기고
내려오는 길을 편히 하자는 내 말은 바람을 따라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오름길, 빙 돌아가기는 하지만 몸은 매우 편하다.
 
도성고개.
삼거리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한북정맥길과 만나는 고갯마루에 닿는다.
그리곤 이어지는 폭신한 정맥길.
우리는 길가의 가을에 수다를 섞으며 가을길을 걷는다.
무리 없는 오름길을 따라 다시 한 시간 가량 걸으니 강씨봉에 도착한다.
시정은 좋다 말할 수는 없어도 멀리 국망봉라인이 명확하고,
광덕산 천문대의 둥그런 시설이 빛 받아 반짝거림도 보이고,
오늘 산행지로 잠깐 거론되다만 명성산까지도 명확하다.
 
강씨봉.
나무로 된 정상석, 윗부분이 망가져있다.
낡음일까, 인위적 파손일까, 무엇이 원인일지 잠시 생각하다가 주변 풍광에 묻힌다.
예서 한 산객을 만난다.
가평환종주를 한다는 이 산객은 오늘 새벽에 가평역에서 시작해 이곳까지 오셨단다.
논골쪽에서 깃대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지도를 보며 추정해 보면, 게서 깃대봉으로, 매봉으로, 전패고개를 거쳐 연인산을 지나
아재비고개에서 명지3봉으로, 귀목봉을 지났을 것 같다.
낮 12시가 채 되기 전 우리와 강씨봉에서 마주쳤으니 대략 10시간만에 이곳에 온 것이다.
남은 구간은 도성고개에서 민드기봉, 견치봉, 국망봉, 신로봉을 지날테고
도마봉에서 석룡산, 화악산을 거쳐 응봉, 촛대봉에 이어서 몽가북배를 마치고
보납산을 끝으로 가평읍내로 내려서는 2박3일의 대장정이다.
대단한 도전이다.
그것도 아녀자의 몸으로.
허긴 대간도 그렇게 마쳤다니 할 말은 없다.
물이 제일 귀할 것 같으니 가지고 있는 물을 내어 빈 통에 담아 주고 무사를 빌어준다.
지금쯤 그 여인은 어디쯤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재야엔 고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인도 참 많다.
 
정맥길에 앉아서 점심상을 차려놓고 그 여인네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을 오간다.
오뚜기령에 도착한다.
귀목봉을 노리던 까타리님도 우리와 함께 한다.
참 편한 길, 너무 편해 지루했던 기억만 있는 이 길이 가을엔 매우 감성적으로 바뀐다.
드디어 계곡을 만나고 기대했던 모습들을 살피나
해가 이미 정맥길이 있는 능선에 걸려 이따금씩만 보여준다.
자연스레 내년엔 이리로 올라 귀목봉을 거쳐 내려가자는 말이 오간다.
아마 아쉬운 마음이 남아서 일게다.
 
열기 식은 오후 4시의 햇살이 계곡을 비추면
그 빛을 받아 빛나는 단풍이, 밑으로 흐르는 물살에 비치는 색이 참 곱다.
같은 그림인 줄 알면서 계속 담는다.
이렇게 담아 보고, 저렇게도 담아 보고 갖은 짓을 다 해도 그 모두를 담을 수는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들이다.
 
길이 끝나간다.
대략 6시간을 조금 넘겨 도성고개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다시 선다.
배낭을 내려놓고, 편히 앉아 등에 한기가 들 때까지 그들을 바라보며 쉬다 일어선다.
일어서기 싫지만 슬슬 몸이 추워지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늘이고 늘여 휴양림 입구로 돌아 온 시간이 5시.
햇살은 이제 정맥길 능선을 넘어 가버렸다.
햇살이 빠진 계곡은 벌써부터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약간의 막힘이 있었으니 크게 시달리지 않고 워커힐 아래 유명만두집에서
가벼운 뒤풀이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8시 반가량.
 
선계에서 속계로의 드나듦이 유별난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곰곰이 되씹어 볼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요즘이지만
그 와중에 이런 모습을 보게 되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생각보다 좋았던 가을산행지, 강씨봉,





1. 두 개의 길.
위로 갔다가 아래로 나온다.
한 500여미터?
윗길은 윗길 대로 좋고, 아랫길은 아랫길 대로 좋다.
예상보다 단풍이 깊숙하게 내려섰다.




2. 데크길 이모저모.
산 동무 조아네.
분위기 참 좋다.




3. 조아님이 기대했던 풍광일 게다.
지난 주 함왕골에서 꿈꾸었던 그런 모습이다.
물은 색이 없으니 보여주는 대로 바뀐다.
예쁘다.




4. 단풍도 좋지만 길의 분위기가 아주 좋은 곳이다.
너무 진하지도, 그렇다고 맥이 없는 것도 아닌 딱 중간급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 속에 서 있는 동무들의 모습이 금상첨화.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계곡을 드나들며 가을 속에 흠뻑 빠진다.



5. 오늘은 삼거리에서 도성고개로 가는 편한 길을 따른다. 
처음 가는 길이다.
길은 넓고 차분하게 오른다.
오름길이란 느낌이 전혀 없이.
휴양림에서 가꾼 듯한 자작나무 숲과 물푸레나무 숲이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으나
억새 밭은 그저 그렇지만 워낙에 순한 길이라 모든 게 용서된다. 



6. 도성고개에서 한북정맥 길을 따라 강씨봉으로 오른다.
이곳 역시 가풀막진 곳은 찾기 어려운 순한 구간이다.
분위기 갑인 길의 연속.




7. 전나무(?) 숲이다.
바라 보기에 이뻐서 친구들을 불러 들여 놓았지만 그 느낌을 살리지 못한 것 같다.




8. 난,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살아감의 무게가 보이는 듯한 착각 속에서,
얼굴에서는 희노애락이 모두 볼 수 있겠지만 내 실력으로 그런 것을 담기는 매우 어렵지만
뒷 모습은 꾸밈이 없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어깨 위로 고스란히 나를 드러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9. 산정을 향 해 오르다 뒤를 돌아 본다. 
인연 깊은 국망봉, 한북정맥 길의 꽃길이다. 




10. 강씨봉.
소탈한 정상석이었는데 나무라는 속성 때문에 윗 부분이 부수어져 있다.
누군가 강씨에게 불만이 있었나? ㅎ




11. 정상을 지나 핼기장에서 자주쓴풀과 과남풀을 만난다.
모두 용담과인데 생김은 아주 딴판이다. 

하, 고 놈들, 참 예쁘다.




12. 한북정맥의 단풍.
내가 여기서 불그스레 보이는 저 속에 이런 놈들이 있다는 뜻일 게다.
불게 물든 숲은 생존을 위해서 성성했던 여름을 떨구어 내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의 시작이다.
여름 내 더위에 시달려 싱싱한 모습은 예전만 못하지만 우리네 눈은 마냥 즐겁기만.




13. 이런 길.
국망봉에서 부터 이어지는 방화선길.
그 모습은 내게 정겹게 다가선다.




14. 오뚜기령.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탓에 여유가 넘치고,
가풀막진 오름이 없었기에 몸이 편했고,
갈 길 역시 알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하니 더욱 더 여유.
참 편한 모습들이다.




15. 하산 길에 만난 특이한 놈.
지난 주 용문산 함왕봉 언저리에서 보며 새로운 인식을 일깨워 준 단풍의 모습에 가깝다.
마치 붓질하다 흘린 듯 변해가는 나뭇잎의 실상.




16. 하산길엔 자꾸 되돌아 본다.
해를 등지고 걸으니 돌아보면 화려함이 배가 된다. 
금방 뭐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
내가 좋아하는 풍광이다.
저 안에 누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17. 아껴가며 걸어도 길을 빨리 줄어든다.
화려하지 않아도, 수수한 색감이 더 화려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 뿐 일까?
그 속을 헤집으면 또 다른 화려함이 숨겨져 있다.
길은 이렇게 쉼없이 이어진다.




18. 아침 보다 빛이 적으니 물색이 검어 아쉽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얻은 놈이다.
그러다 진짜 물들라.




19. 햇살의 영향력이 자꾸 줄어든다.
결국 연화소는 그늘 속에서 볼 수 밖에 없다.
빛이 들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지를 상상해 보지만 어림없다.
그냥 포기하는 수 밖에.




20. 아침에 도성고개로 올랐던 삼거리에 닿는다.
친구들은 이미 자리를 펴고 앉아서 쉬고 있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들이 댄다.
오후 4시의 햇살은 마구 들이대도 봐 준다.  
마음만 급했다.




21. 여유로운 산행.
이런 쉼이 많은 것이 요즘 산행의 추세.
산이 있어 가지만 같이 할 동무들이 있어 더 아름다워 지는 산.
오랫동안 이어가기를.




22. 아직 5시도 안되었는데 산은 이미 어둠을 불러 들이고 있다. 
여유로움, 한적함.




23. 데크길과 갈라서 아랫길로 간다.
효자소, 이 지역 효자 강영천의 전설이 깃든 곳이지만 웬지 스토리가 허술하지만
따지지 않고 그냥 눈감아 주기로 한다.
빛이 없어도 이리 아름다운 곳이니.




24. 이렇게 오늘이 마무리 된다.
이 내를 건너면 아침에 갈라섰던 그 자리에 이를 것이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생각없이 와서 올 가을을 제대로 걸었다.

'●● 산행계획, 예정지 ●● > ** 산행계획및 예정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락산=백운산-광교산  (0) 2020.01.09
파주 파평산  (0) 2019.10.18
강씨봉 산행   (0) 2019.08.10
강씨봉 산행기  (0) 2019.08.10
강씨봉 - 2015. 08. 23  (0) 2019.08.10